자전거 여행/백두대간

백두대간 투어링 - 2일차 [구룡령~대관령/ 2024-04-05]

방탄승 2025. 1. 7. 10:56

2024년 4월 4일, 백두대간 1일 차를 마친 후 숙소를 검색했다. 
여기어때와 야놀자를 통해 봤지만, 숙소가 거의 없었다. 
결국 양양 시내까지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통상적인 투어 라이딩이었다면 자전거로 이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5일간의 긴 라이딩이며, 난이도 높은 백두대간이라 체력 비축이 우선이었다.
인터넷 검색 대신 직접 돌아다니며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강릉과 태백 사이에 위치해 있어서 숙소를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고, 
비수기 평일이라 가격도 저렴했다(5만 원 안팎). 
하지만 주변에 상권이 좋지 않아 먹을곳이 마땅치는 않아 아쉬움이 컸다. ㅠㅠ
다음 날의 라이딩을 대비해 양양 시내로 왕복 1시간가량의 야간라이딩을 하고 왔다.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국물, 그리고 보급 음식을 구매를 했다. 
다행히 투어 라이딩 때는 늘 등산가방을 들고댕기기에 구매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렇게 맛있는 저녁과 간식을 빠르게 섭취하고, 자리에 누웠다.
자리에 눕고나니 머릿속에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고 있었다.
라이딩은 달리는 거리보다 획득고도와 경사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ㅎ
오늘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가족들과 카톡으로 오늘 사진을 공유했다. 
그리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유튜브를 보다가 금방 잠이 들었다.

다음날 첫알람은 듣지 못하고, 두 번째 알람을 듣고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간단히 양치와 세수를 하고,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습니다. 

원래는 라이딩 여행 아침마다 샤워를 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편이다.
그러나 자전거톡방에서 알게 된 형님의 한마디의 논리로 내 패턴의 변화가 생겼다. 

그것은 '라이딩하면 어차피 땀나고 냄새날 텐데 왜 굳이 아침에 씻느냐'는 것이었다.
그렇다. 어차피 나가자 마자 땀에 쪄들게 될 텐데.. 끝나고 분명 씻을 텐데..
그리고 어제 이미 라이딩 후에 샤워를 했는데.. 또 씻을 이유가 있는가..

이 깨달음에 라이딩 여행 시, 아침마다 10~20분 가량의 여유가 생긴다.

그렇게 간단한 준비운동을 하고, 벡두대간 2일 차 라이딩을 시작했다.

 

숙소 근처에 있는 식당. 이곳에서 밥을 먹고 출발하였다.

 

참 나는 꼭 한 번씩 멍청한 짓을 하는 인간이다.

왜 어제 저녁거리와 오늘 보급을 챙기면서, 오늘 아침으로 먹을 것은 사질 않았는가?

애초에 주변에 식당도 많지 않을뿐더러... 아침 일찍 문을 열 식당도 없을 텐데..

늘 어떤 여행을 하던 꼭 한 번씩 이런 미련한 짓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다행히도 숙소 근처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이 있어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출발할 수 있었다.

식사 후 소화겸 계곡을 구경하러 나간 뒤 경치가 멋있어서 한 장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시작된 백두 2일 차 라이딩.. 우선 오늘 첫 고개인 구룡령길을 향해 달려간다..

달리다 보면.. 가야 하지만 보기 싫은 고개시작을 알리는 표지판들이 보인다. 

 

구룡령 옛길 가는 국도
구룡령의 시작이 느껴지는 업힐구간
그리고 시작된 구룡령 옛길

 

'용이 승천하듯 고갯길이 구불구불하다'라는 뜻을 가진 구룡령.. 오늘 올라가게 될 첫 고개이다.

구룡령 옛길의 경우 설악 그란폰도 대회에서 메디오로 참여하여 한번 달린 경험이 있다.

구룡령의 경우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는 길이는 짧지만, 반대는 이상하리만큼 긴 업힐이 이어진다.

메디오 폰도 때에는 남에서 북쪽으로 달리는 구간이라, 그렇게 업힐이 힘들진 않았다.

그런데 다운힐을 하면서.. 이렇게 긴 다운힐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매우 길었던 기억이 있다.

이때 그란폰도 타는 사람들은 이걸 다시 올라올 텐데... 불쌍하다..라는 생각을 했던 곳을...

이젠 내가 타고 있다. ㅠㅠ

 

구룡령 올라가는 길

 

구룡령에서 만난 야생동물들???

 

역시 날씨는 정말 기가 막히게 좋았다.

어딜 봐도 절경이었고, 대충 카메라 각도를 잡고 찍어도 기대 이상의 사진이 나왔다.

업힐을 계속 올라가고 있는 중에 저 멀리서 무서운 실루엣이 포착되었다.

이번 투어라이딩에 처음으로 마주하는 야생동물이었던 것 같다.

[어쩐지.. 야생동물 표지판이 있더라!!]

한 마리는 늑대와 같은 형태였고, 다른 한 마리는 어려 보이는 곰 같은 형태였다..

 

더군다나 다운힐도 아니고 업힐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을 하고 있는 찰나에 차량 두대가 지나가게 되었다.

차량들을 보고 겁을 먹은 것인지, 두 동물들은 어느새 보이지 않았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지???

빠르게 페달을 굴렸고, 다행히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었다.

 

구룡령 가는 길
해발 800m 구간
해발 900m 구간
해발 1000m 구간
해발 1013m 구룡령 정상 도착
구룡령 셀카

 

드디어 기나 긴 업힐 끝에 구룡령 정상에 도착했다.

1000m가 넘는 해발...

이번 백두대간 라이딩의 첫 해발 1000m인 정상이었다.

그렇게 구룡령의 정상의 바람을 만끽하며, 신나게 내려갈 다운힐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룡령의 경치는 신나게 내려가고픈 나를 붙잡고 있었다.

 

갈길이 참 먼데, 이번 여정에서 그래도 거리를 많이 태워 나야 올해 어떻게든 끝낼 텐데.. ㅠ

하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백두대간 도전을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쉽지 않은 기회엔, 느리더라도 경치를 놓치지는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최대한 눈을 호강시키고 가자"

 

그렇게 경치를 즐기며 다운힐을 만끽하니, 또 하나의 업힐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항상 운무가 넘는다는 뜻의 운무령이었다.

운두령을 올라가면서도 계곡과 코스들의 내게 그림같은 경치를 선물해 주었다.

[역시 사진엔 안 담기는 것 같다.]

 

너무 멋있어서 찍은 계곡 사진
업힐 올라가다 힘들 때 마다 잠시 내려서 찍은 구간 사진
업힐 모습을 찍다 우연히 보게 된 저 멀리 보이는 백두대간의 장관 사진
운두령 정상 사진

 

그렇게 경치를 보면서 천천히 업힐을 올라오다 보니 어느새, 운두령 정상에 도착했다.

운두령의 높이도 거의 1100m에 가까운 높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다시 고개를 돌려 백두대간의 산세를 보는데, 이건 안 찍을 수가 없는 장관이 펼쳐졌다.

 

백두대간의 쩌는 사진??

 

이번 백두대간을 하면서 찍은 TOP3안에 드는 사진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운두령의 모습을 눈에 담고, 음료수를 한병 시원하게 마셨다.

그러고 나서  다운힐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다운힐 끝에 어느 동상이 눈에 띄었다.

가까이 가니... 이승복이라는 분의 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연히 알게 된 기념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동상의 사진을 남기고.. 동상 위에 적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문구..

참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였고, 그렇게 기념관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승복 기념관 동상

 

이승복님의 사건을 담은 만화 작화

 

이승복 기념관의 입구에 들어서니 어린아이 하나의 모습이 보였다.

이름 이승복과 함께 그 아이의 이야기가 글과 만화로 남겨져 있었다.

이 분의 이야기를 짧게나마 작성해 본다면...

1959년 12월 강원도에서 태어나 1968년 12월, 북한의 무장공비에 의해 피살된 사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당시 이승복 군은 속사초등학교 계방분교장 2학년에 재학 중이었습니다.
이승복 군의 집은 비록 화전민으로 풍족하지 않았지만,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1968년 1월과 10월, 11월에 걸쳐 북한 무장공비들이 남한에 침투하였고, 그 과정에서 이승복 군의 가정에도 침투하여
이승복 군과 가족들을 피살한 사건입니다.
이승복 군은 무장공비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쳤으며,
이에 북한 공비들은 그와 가족들을 잔인하게 살해하였습니다.

이승복 군의 영결식에서는 선생님, 급우들,
그리고 동네 주민들이 모여 그의 명복을 빌고 북한의 만행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이승복기념관과 계방분교장은 이승복 군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세워졌으며, 방문객들에게 그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정말 어린 초등학생 저학년 나이에, 무장을 한 북괴군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저 말을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가 너무 존경스러웠다.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

나라면 왠지 순순히 그들의 행보에 따라갔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승복 님의 명복을 빌면서, 잠깐의 묵념을 마치고, 다시 안장에 올라 라이딩을 시작하였다.

라이딩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업힐을 올라가는 도중에.. 개집들이 참 많이 보였다.

그 와중에 보이는 어린 강아지 한 마리..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다.   

 

 

강아지 사진과 함께 진고개에서 찍은 사진들, 정말 이날의 날씨는 손에 꼽힐 정도의 최상의 날씨였다. 

너무도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달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폰을 열고 사진을 찍는다..

특히 계곡에서 바위에 걸쳐 떨어지는 물의 모습이 얼떨결에 멋있는 사진으로 담겼다. ㅎㅎ

 

그렇게 카메라 버튼과 경치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진고개 정상 휴게소에 도착하였다.

 

백두대간을 달리다 보면 참 많은 휴게소들을 만나게 된다.

백두대간의 대부분의 유명한 고개들은 보통 행정구역이 바뀌는 곳들에 위치해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각 마을이나 구역들의 경계를 이런 산맥을 기점으로 정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것은 전 인류적으로 공통적인 것이라고 한다.

[구역간의 경계를 뚜렷하게 해 주고, 해당 경계선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고개들을 넘으면 대체로 행정구역이 변한다. ㅎㅎ

 

즉, 과거 차량들은 행정구역을 넘어가기 위해선 백두대간의 고개들을 넘어서 다녔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여러 고개정상 부근에 휴게소를 만들었다고 한다.

다만, 최근에는 해당 고개 밑으로 터널을 뚫어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개통되었다.

 많은 고개들의 차량 이동량은 줄어들고. 대부분의 휴게소들은 짧은 운영 또는 폐업을 하는 곳이 많았다.

폐업을 해도 공간은 남아있는 법, 또한 저곳을 누가 사서 사업을 하랴... 

대부분 그렇다 보니 휴게소 형태만 남긴 채 운영을 하지 않는 곳들이 많았다.

이것이 나와 같은 자전거 여행객들에게는 잠시라도 쉬고 갈 수 있는 휴식공간이 된다.

휴게소를 지나니 나오는 진고개 정상석
오대산 국립공원

생각 없이 달리기만 했는데,. 어느새 설악산권역을 벗어나 오대산권역에 들어왔다.

이미 들어온 것이었는데, 진고개를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또한 강릉시의 영역에서 평창군의 영역으로 완전하게 넘어오게 되었다.

평창 하면 누구나 아는 평창 올림픽, 주변 상권들의 터무니없는 바가지로 참 문제가 많았던 올림픽으로 기억한다.

달리다 보인 어느 나무 사이의 햇빛

그러고 보니 평창에 도착하여 경치에 흠뻑 빠져 멍 때리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해야 할 텐데, 걱정되는 마음에 급하게 페달을 밟는다..

석양이 시작되는 시점
석양을 보다 찍은 사진과, 사진찍는 구간에서 보인 계곡 사진
평창하면 대관령.. 대관령 하면 젖소...
대관령 비석에서 찍은 비석 사진과 셀카
대관령 꼭대기에서 본 야경 사진

 

평창군 하면, 누구나 먼저 생각나는 지명은 대관령이 아닌가 싶다.

대관령을 오르기 위해 달리다 보니 과거에 한번 가본 대관령 목장이 보여 사진을 찍었다. 

이러다 엄청 어두워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오버페이스로 페달을 밟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문득 들었던 생각은 '대관령 꼭대기에서 야경을 보면 끝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바로 검색을 통해 안전 여부를 확인하였다.

다행히, 대부분의 백두 구간 야간 라이딩은 가로등이 없는 것 빼곤 안전하다는 글들이 많았다.

서두르던 페달링을 여유 있게 바꾸고, 어두워지기를 기다리며 업힐을 올라갔다.

 

정말 기가 막히게도 대관령 정상에 도착하니 해가 딱 일몰이 끝나는 시점이었다.

어느새 정말 멋진 야경이 펼쳐졌다..

 

20~30분의 야경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늘에 보이는 작디작은 별들의 모습들을 보며, 어느새 대관령면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대관령은 유명할지 몰라도, 인프라는 훌륭하지 못하다.

식당/숙소 어느 하나 제대로 보이는 게 없다. ㅠㅠㅠ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상권이 좋지 않지만, 거리를 줄일 수 있는 대관령에서 어떻게든 하루를 보낼 것인가?

아니면 대관령을 한번 더 타지만 10km도 되지 않는 강릉시로 갈 것인가?

 

몇 번 고민하다가, 이 날은 사람 구경도 좀 할 겸 강릉 시내로 들어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강릉 시내에 숙소를 잡고 오늘의 라이딩을 정리하였다.

 

늘 그랬듯 사진과 간단한 일과를 가족 톡방에 올려 공유하였고, 맛있는 식사와 함께  잠을 청했다..

 

강릉 숙소로 가는 중에 보게 된 벚꽃 나무.. ㅎㅎ

 

이동거리 162.24 km
총 이동거리 280.19 km
획득고도 2553 m
총 획득고도 4651 m
2일차 코스 양양 - 구룡령 - 운두령 - 진고개 - 대관령 - 강릉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