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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중권 - 존재의 미학
    인문학/GMC 2026. 3. 19. 18:09

    삶 자체가 예술이었던 고대 그리스

    오늘날 우리에게 예술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잠깐 감상하고 돌아오는 것, 일상과 분리된 무언가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예술 작품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그들이 이상으로 삼은 것은 칼로카가티아(Kalokagathia) — 아름다움과 덕의 결합이다. 아름다운 것이 곧 좋은 것이고, 좋은 것이 곧 아름다운 것이었다. 선한 일을 '미담(美談)'이라 부르는 것도 그 흔적이다.

    그들의 삶의 목표는 자신의 삶을 끝없이 아름답게 가꾸어 신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었다. 조각가 피디아스가 다섯 여인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만 모아 신상을 만들었듯이, 삶도 그렇게 완성해가는 것이 이상이었다.


    플라토닉 러브의 진짜 의미

    플라톤의 《향연》에는 사랑을 통해 '미의 이데아'에 오르는 길이 나온다.

    소년의 몸의 아름다움에서 출발 → 모든 신체의 아름다움 → 정신의 아름다움 → 법과 제도의 아름다움 → 아름다움 

    우리가 흔히 아는 '플라토닉 러브 = 육체 없는 정신적 사랑'은 기독교적으로 왜곡된 해석이다.

    원래는 육체적 사랑에서 출발해, 때가 되면 그것을 우정(필리아)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플라토닉 러브의 본질이다.

    소크라테스가 이 전환의 대가였다.

    그는 "나는 지혜가 없다"고 말하며 — 무지의 지 — 상대와의 불평등한 관계를 허물고,

    대화를 통해 함께 지혜를 낳았다.

    필리아(우정) + 소피아(지혜) = 필로소피아(철학)

     

    철학이란 에로스처럼, 지혜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그것을 끝없이 추구하는 활동이다.


    존재의 미학 — 끝없는 자기 초극

    그리스인들이 말한 덕, **아레테(Arete)**는 단순히 '착함'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우수함이다.

    잠재력을 썩히는 것이 악덕이고,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나아지는 것이 덕이다.

    김연아 선수가 "내 경쟁자는 나 자신뿐"이라고 말했듯이,

    이 우월함은 타인에 대한 우월함이 아니라 어제의 나에 대한 우월함이다.

    니체가 말한 '초인'도 슈퍼맨이 아니다.

    일상에서 끝없이 자기를 초극하려는 사람, 누구나 그 초인이 될 수 있다.


    원칙 없는 삶은 아름답지 않다

    진중권은 청중에게 직접 묻는다.

    "돈을 줘도 바꿀 수 없는 것이 당신에게 있습니까?"

    삶은 수열이다. 일관된 공식이 있을 때 아름다워진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삶, 같은 입으로 두 말을 하는 삶 — 그것은 원칙이 없는 것이고,

    아무리 권력과 돈이 있어도 비루한 존재다.

    원칙은 거창한 게 아니다. 유치원 때부터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문제는 그것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한 번의 옳은 행동이 아니라 반복과 습관이 쌓일 때 비로소 덕이 된다.


    디지털 시대와 기술적 상상력

    디지털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테크노 이매지네이션(Techno-imagination), 즉 기술적 상상력이다.

    이미 있는 세계를 잘 연구하는 능력이 아니라, 아직 없는 세계를 상상하는 능력이다.

    스티브 잡스가 상상한 것을 기술자들이 현실로 만들었듯이,

    이제는 예술가만이 아니라 누구나 상상력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다.

    주사위의 여섯 면 중 하나만 현실이 되듯, 실현되지 않은 잠재성을 현실로 끌어오는 것

    그것이 이 시대의 예술이다.


    마치며 — 자신을 배려하라

    아무도 당신을 배려하지 않는다.

    자본에게 당신은 이윤 추구의 도구일 뿐이다.

    당신을 귀하게 여길 사람은 오직 당신 자신이다.

    인생은 단 한 번이다.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일관되게 지킬 때, 그 삶은 고귀해진다.

    외면의 아름다움보다 성격의 아름다움을, 조형예술보다 스토리텔링의 일관성을 갖춘 삶

    그것이 바로 존재의 미학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보다 퇴장할 때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모습으로 남겨두는 것.
    그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아름다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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