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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두대간 투어링 - 4일차 [댓재 ~ 화방재 / 2024-04-07]
    자전거 여행/백두대간 2025. 3. 13. 17:32

    어제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마트에서 산 밀키트 저녁을 먹고 샤워 및 양치를 하고 

    침대에 바로 누워 사진을 가족 톡방에 공유하였다.

    카톡 공유를 하면서, 어디 어디를 달렸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그런 곳들을 달렸다는 톡을 보내고 유튜브를 틀었다.

     

    자연스럽게 현재 진행 중인 자전거 백두대간에 대한 영상을 보면서

    오늘 달려야 하는 곳들을 위주로 영상을 찾아서 영상을 틀었던 기억은 난다.

    요즘 많이 떡락의 길을 갔다고 하는 모험왕 별이 영상을 다시금 보고 있었는데...

    눈을 뜨니 새벽 6시 20분이었다.

     

    다행히 폰을 충전기에 꽂아 놔서 핸드폰의 배터리는 불충이었다.

    다만.. 밤새 틀어 논 것인지는 몰겠지만, 꺼져있는 폰의 발열이 조금 심했다. ㅎㅎ

    어찌할까 고민하다.. 

    숙소에 냉장고가 있음을 확인하고 냉동실에 넣은 뒤

    세면을 하러 들어갔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간단히 세수 및 양치만 하고 볼일을 보고 

    나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20분 정도...

    아차... 하며 폰을 꺼냈는데..

    거진 얼음 덩어리다 ㅠㅠ

     

    이러다 폰 고장 나나.. 싶었지만.. 다행히 멀쩡히 동작을 하는 것을 보고 

    자전거 복장과 가방을 챙겨 라이딩을 시작하였다.

     

    식사는 시간을 아끼고자 어제 마트에서 아침을 먹기 도시락을 하나 구매했어서

    그 도시락을 먹고 간단한 준비운동과 함께 라이딩을 시작하였다.

     

    강릉 이라 생각했던... 어제의 숙소..

    강릉은 맞긴 하지만.. 거의 강릉 끝자락이었음을 달린 지 얼마 안 가 알게 되었다.

    거진 20분도 안 달려서 보이는 삼척이라는 푯말이 알려주었다.ㅎㅎ

    숙소에서 삼척을 가면서 본 벚꽃들
    얼마 안가 보인 삼척의 푯말

    출발한 지 얼마 가지 않아.. 벚꽃들이 듬성듬성 펴있는 것을 보았다.

    아랫지방은 만개를 넘어 슬슬 지고 있을 시기인데..

    윗지방인 강릉 삼척은 이제 조금씩 피고 있다.

    참 대한민국.. 한반도라는 이 작은 땅에서 

    남북의 기상 차이가 많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

    업힐이 시작될 조가 보이는 풍경과 벚꽃뒤에 보이는 이쁜 정자

    벚꽃을 보며 날씨라는 게 참 신기하다는 몽상에 빠지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이쁜 정자와 곧 업힐이 시작될 것을 알리는 듯한 길이 나왔다.

    이상하게 어디를 가도 자그마한 정자의 모습은 늘 사진을 찍게 되는 것 같다.

    조그마한 다리를 지나며 보이는 강줄기
    강줄기를 따라 보이는 풍경들의 모습과 내 자전거 사진
    강의 모습과 우측에 보이는 튤립같은 꽃

     

    백두대간을 달리기 전까지만 해도, 그런 풍경화들은 늘 추상화처럼 느껴졌다.
    풍경이 그렇게 표현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고,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한국 사람으로서
    그러한 색채나 구도에는 나름의 상징적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백두대간을 자전거로 달리며 산줄기를 직접 눈에 담다 보니,
    조선시대 화가들의 그림들이 얼마나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발달한 물감도 없었고,
    붓의 질 또한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었을 텐데 말이다.

    그런 것을 보면 정말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고, 명장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뭐, 자전거도 기함이 좋긴 하지만... 결국 엔진이 80%는 먹고 들어가니까.ㅎㅎ

    댓재를 올라가며 바라본 풍경

     

    그렇게 풍경에 심취하여 올라가던 도중.. 큰 헤어핀이 하나 나온다.

    언제나 그렇듯.. 대한민국 기나 긴 업힐들엔 헤어핀은 빠지지 않는다.. ㅎㅎ

    헤어핀을 돌고 댓재 입구 표지판을 본 뒤 조금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댓재 정상석에 도착하였다.

    어느새 도착한 댓재 / 댓재와 찍은 나의 모습
    댓재와 함께 찍은 자전거.. 그리고 바라본 풍경

     

    댓재의 뜻은 대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다만, 내가 생각한 죽녹원과 같은 대나무 형태의 나무들은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댓재 꼭대기에서 바라본 삿골자기 풍경은 어느 백두대간 산줄기와 동일한 멋진 풍경을 자랑했다.

    댓재 다운힐과 터널 ㅎ

     

    댓재의 풍경을 바라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감상에 잠기게 되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슬슬 다운힐을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 산골자기들과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도로가 눈에 들어왔다.
    바람을 가르며 신나게 내려가던 중, 드디어 댓재 터널이 나타났다.

    백두대간 옛길을 달리다 보면, 심심치 않게 터널을 지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도대체 그 위는 얼마나 험하고 경사도가 높았으면,
    옛날 사람들이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와 터널을 뚫었을까?’

    오늘도 터널을 지나며, 다시 한 번 그들의 노고와 용기에 경외심이 들었다.

     

    댓재를 넘고 나서 만난 다리..
    우측에 핀 꽃..(이름은 모르겠다.)
    백두대간의 산새는.. 정말.. ㅎㅎ

     

    계속해서 업힐을 오르며 바라보는 풍경은 언제나 조선 시대 화가들이 그린 풍경화를 떠올리게 한다.

    백두대간의 길은 업힐 구간마다 경사도와 길이만 다를 뿐, 도로의 모습은 어디를 가도 비슷해 보인다. ㅋㅋ

    그런데도, 그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매번 달라지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하다.

    특히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등 산맥에 따라 달라지는 경치는 정말 경이롭다.

    날씨 덕도 있는 것 같고, 자연이 주는 다양함은 언제나 새롭다. ㅎㅎ

    다운힐 후 바라본 풍경과 로또

     

    힘든 업힐을 마치고 신나게 다운힐을 하던 도중, 로또 복권 5장이 버려져 있는 걸 발견했다.

    잠시 망설이다가 지나친 후 얼마 안 가 다시 업힐을 올라가 그 용지를 주워 당첨 여부를 확인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지만... 결과는 역시나 전부 꽝.

    실망감이 밀려오려던 찰나, 이 아름다운 길 위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웠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다독였다.

    절벽이 보이는 산새와 계곡줄기의 모습, 너무나 멋있는 농산물의 모습?

     

    건의령으로 올라가는 길, 고추 마을을 지나며 절벽처럼 드러난 멋진 풍경에 또 한 번 감탄했다.

    계곡 줄기와 고추밭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오늘 날씨 하나는 정말 잘 잡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러나 풍경을 만끽하자마자, 또 다른 업힐 코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시 백두대간의 풍경을 즐기며 힘겹게 올라가다 보니, 어느덧 건의령 터널에 도착했다.

    건의령 터널 및 비석

    '건의령'이라는 이름은 수건 건(巾), 옷 의(衣)를 써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려 말, 삼척으로 유배된 공민왕이 근덕 궁촌에서 암살당한 후,

    그를 섬기던 유신들이 건의령에서 관복과 관모를 벗어두고

    다시는 벼슬길에 나서지 않겠다고 다짐한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다운힐중 만난 풍경과 어느새 보이는 시내 모습

     

    조금만 더 가면 태백 시내에 도착할 수 있다는 안내를 보고, 휴식 없이 업힐과 다운힐을 반복하며 달렸다.

    통리재, 호이재, 송이재. 세 개의 재를 연달아 넘었다.

    호이재를 보면서는 괜히 둘리가 생각난다... 서른이 넘은 나란 사람.. ㅠㅠ

     

    통리재는 깊은 골짜기가 마치 구유(가축 먹이통)처럼 생겼다는 데서 유래된 이름.
    호이재, 송이재는 이름의 유래를 찾아봤지만 나오지 않았다. 

    세 고개를 넘고 드디어 태백 시내에 도착!

    편의점으로 달려가 음료수와 보급 음식을 빠르게 흡수했다.

    오늘 목표는 만항재까지.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한 뒤, 다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삼수령 표지판

     

    삼수령 도착

     

    업힐을 타고 올라가던 중 '삼수령' 표지판과 자판기를 발견했다. (돼지처럼 또 먹어버렸다...)

    삼수령은 세 개의 물줄기가 갈라져 흐른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다시 만항재를 향해 출발!

    곧 만항재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긴 업힐을 타고 달렸다.

    예전에 한 번 가본 곳이지만, 코스가 기억나지 않았다. (나란...)

    "이제 도착했겠지?" 싶은 순간...

    두문동재에서 표지판과 낙동강 한강 오십천이라는 비석

     

     두문동재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ㅠㅠ

    두문동재는 말 그대로 '두문동에 있는 고개'라는 뜻이다.ㅎㅎ

     

    비석이 따로 설치되어 있지는 않았고, 한강, 낙동강, 오십천 비석과 함께 두문동재 표지판만 있었다.

    다행히 이 고개를 넘고 조금만 더 가면 만항재에 도착한다.

    코스를 보니 만항재를 가려면 두문동재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나온다.

    하지만 나는 백두대간의 모든 길을 달리는 것이 목표였기에, 해당 코스도 반드시 포함시켜 달리고 싶었다.

    두문동재 다운힐 후, 좀더 달리다 보니... 뭔가 와본듯한 느낌이 드는 길이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만항재로 올라가는구나..." 하느 생각을 한다.

    만항재는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 국내 최고 고지에 위치한 고개다.

    만항재에서 찍은 비석사진

     

    그도 그럴 것이, 4월 초임에도 불구하고 바닥엔 눈이 남아 있었다.

    강원도, 그것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태백시는 확실히 기온이 다르다.

    만항재 표지판
    만항재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풍경과 노을 풍경
    풍력발전소와 에어비엔비로 잡은 숙소

     

    만항재에 도착해 멋진 노을을 바라보며 약 30분 정도 시간을 보냈다.

    확실히 높은 곳일수록 머물고 싶은 시간이 길어지는 것 같다.

    풍력발전소 등 여러 시설들을 구경하고, 에어비앤비에서 저렴한 숙소를 찾아 바로 예약했다.

    숙소에 도착해 방을 열었을 때, 생각보다 넓은 공간에 깜짝 놀랐다.

    근처 편의점에 들러 저녁거리와 야식거리를 사 온 왔다.

    오면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가족 톡방에 라이딩 사진을 공유했다.

    그리고는 유튜브를 틀어놓고, 저녁과 야식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양치 후에도 유튜브를 보다 스르르 잠에 들었다.


    이젠 강원도 구간이 종료되면서 충청북도로 넘어가는 시점이 다가온다.

    도시가 바뀌다가.. 이젠 도가 바뀌는 경험을 한다.

     

    국토종주 등 다양한 투어링을 하면서도 지자체가 변경되면 기분이 참 묘했다.

    백두대간에서 드디어 강원도를 벗어나 충청도로 들어간다는 사실이

    또 다시 나에게 묘한 성취감을 준다.

     

    내생 처음으로 5일이라는 나름 긴 시간을 라이딩을 하면서 

    인천에서 부산까지 달렸던 그 경험.. 

    그 첫 경험과 완주는 엄청난 성취감과 그 이상의 기분을 나에게 안겨주었다.

     

    그 기분에 매료되어 그랜드 슬램이라는 도전을 시작했고, 2년이라는 시간동안

    짧게 짧게 연차와 주말을 이용하여 완주를 하였다.

     

    이후, 동해안 서해안 남해안 등 여러 코스들을 달리고,

    랜도너스를 하며 많은 라이딩을 했지만, 첫 국토종주의 기분과 

    동일한 성취감을 느껴본적이 없었던것 같다.

     

    근데...그 성취감을 이번 백두대간을 통해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정말 신기하고 너무 좋았다.

     

    하지만.. 백두대간이 끝나면.. 다시 이 기분을 느끼기는 힘들겠찌..ㅠㅠ

    유럽 미국 등 세계일주를 하지 않는 이상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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